남편이 3박 4일 자리를 비운 첫날이다. 재인이와 둘만 아침을 맞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남편이 없다고 생각하니 좀 더 긴장이 된다. 남편이 해주던 역할을 내가 해야 해서 아침이 더 분주해지기 때문이다. 남편이 해주던 J양 아침식사도 준비해야 하고 구름이 화장실 정리도 해줘야 하고 저녁거리도 만들어놔야 하고 분리수거가 있다면 버리기도 해야 한다. 그래서 어제도 자기 전 마음을 먹고 누웠다. 평소 6시, 6시 20분, 6시 50분 알람을 맞춰놓고 하나씩 끄다가 마지막 50분에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오늘은 중간에 35분짜리 알람을 하나 더 만들어놨다. 최소한 이때는 일어나야 남편이 해야 할 일까지 해놓고 출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이었다. 겨우 15분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15분 일찍 일어난 아침은 정말 달랐다. 일어나서 달걀 삶는 불을 켜고 양치질을 하고 코세척을 하고 머리를 감고 오늘 J양의 저녁메뉴인 떡볶이를 하고 튀김을 데우고 아침에 먹을 누룽지를 끓이고 화장도 하고 구름이 화장실도 치우고 간단히 청소기도 돌리고 옷 입고 드라이하고 분리수거를 위해 원래 나오던 시간보다 2,3분 빨리 나오기까지 했다. 아침에는 유독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인데 그 대신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15분이면 유튜브 하나 보면 지나갈 찰나의 시간이지만 고거 빨리 일어났다고 여유롭게 할 일 다 하고 나오면서 정말 뿌듯했다. 작은 15분이 이렇게 큰 만족감을 주다니! 다시 한번 아침 시간의 힘에 대해 느낀 하루였다.
한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다며 새벽 4시, 5시에 일어나던 시절이 있었다. 일어나서 별거 하는 건 없었지만 차도 마시고 책도 보고 일기도 끄적이며 보냈던 그 시간들로 인해 언젠가부터 나는 새벽 기상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예전에는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고 하면 그 전날부터 긴장되고 기분이 안 좋고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늦게까지 뭔가 하는 것보다는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게 차라리 나은 나름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물론 여전히 알람 없이 아무도 안 깨우면 한 없이 자는 잠 많은 사람이지만 주말에도 7시 전에는 일어나서 책 한 장이라도 보고 아침 먹고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게 길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살면서 배우는 이러한 기쁨들이 모이고 모여 참 감사하다.